* 조선 지성계를 흔든 연행록을 읽다. 4. 1765년12월27일 담헌 홍대용은 북경 땅를 밟았다. 조선 사신단의 서장관이었던 숙부 홍억을 수행하는 자제군관으로 따라간 것이었다. 그는 해를 넘겨 1766년1월과 2월 두 달 동안 북경에 머무르고 귀국하였다. 조선 후기에 북경을 방문한 사람은 담헌만이 아니였다. 하지만 담헌의 북경 여행 만큼 조선의 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 여행도 없었다. 박제가의 <북학의> 와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모두 담헌의 북경 여행이 실마리가 되여 쓰여진 것이다. 실로 담헌의 여행은 한국인이 고전으로 여기는 저작의 출현을 자극했던 것이다. 13. 문음-조상의 공으로 과거를 치르지 않고 벼슬하는 일 흔히 음직 음서라고도 한다 16. 세미-쌀로 환산해 나라에 바치는 세금 29. 병자호란(1636-1637) 때 조선은 한때 신하라 일컬으며 조선 조정을 찾앗던 오랑케 여진족에게 허망하게 항복했다. 인조는 1637년 1월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결국 성을 나와 삼전도의 얼어 붙은 땅에 꿇어앉아 청 태종에게 절을 올리며 항복했던 것이다. 임진왜란때 조선을 도왔던, 또 조선 사람들이 문명의 중심이라 했던 명 역시 이자성의 반란으로 망한 뒤 ]청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문명의 중심이 "야만" 이라고 우습게 본 오랑케 여진족의 차지가 된 것은, 조선의 지배층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이었다. 조선지배층은 혼란스러웠고 속이 쓰라렸다. 42. 담헌의 최고 저작의 하나인 <의산문답>이 " 의무려산에서의 문답" 이란 뜻이니 말이다. 60. 대명의리와 화아론을 굳게 믿고, 북벌을 주장한 조선의 양반들은 번영하는 중국을 보고도 그것이 청의 정치에서 비롯된 것임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중국의 정통 왕조는 1백년전 망한 명이고, 청은 부당하게 중국을 차지하고 있는 오랑케에 불과하였다. 담헌 역시 생각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65. 청은 한인에게 호복과 변발을 강요했지만, 조선에는 강요하지 않았다. 조선인은 명대의 복식과 유사한 복식과 두발 형식을 지키고 있다는 데 우월감을 느꼈다. 또 그것을 조선만이 중화의 문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로 인식하였다. 곧 조선인의 의복은 '작은 중화"의 표지였다. 이런 이유로 해서 담헌은 조선인의 의관을 사라진 명 체제 혹은 예악문명의 상징으로, 중국인의 호복과 변발을 청 체제, 곧 야만의 상징으로 여겼다. 중국인에게 조선인의 의관과 두발 형식은 대부부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지만, 담헌에게는 문명성과 동의어였다. 94. 중국의 물질문명에 대한 본격적인 관찰과 서술은 담헌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다. 담헌의 관찰과 서술은 물질문명을 배우자는 담론을 성립하게 한 원형이 된다. 담헌의 정신은 박제가<북학의>와 박지원의<열하일기>에 와서 보다 풍부해지고 구체화된다. 97. 60년 동안 강희제를 천하가 받들었지만 그의 궁실이 이처럼 낮고 검소하였기에 천하를 위엄으로 복종시키고, 은혜가 중화와 오랑케에 흡족하여 오늘까지 그를 성인이라 일컫는다. 141. 1610년에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고, 흑점의 이동현상을 통해 태양이 자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유송령의 "태양이 공처럼 뒤집히며 구른다"는 발언은 갈릴레이의 발견에 기초한 것이다. 담헌은 태양이 자전한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담헌은 뒷날 <의산문답>에서 지구 자전설을 주장하였다. 179. 불교에는 <능엄경>이, 도가에는 <황정경>이 있습니다. 우리 유가에는 "분노를 참고, 욕심을 막고, 경망스러움을 바로잡고,게으름을 경계한다. " 여덟자가 있지요. 제가 유가에서 조금 이나마 깨친 것은 이와 같을 뿐입니다. 정심과 성의는 아직 크게 어렵게 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