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김용택
-책을 읽다가 새벽이 되어 마루에 내려서면 코에서 뜨거운 것이 떨어졌다.
코피였다.
꼼짝않고 책을 읽으면 언제 밤이 되고 아침이 되는지 몰랐다.

--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은 복잡해서 머리가 어지려웠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하니
자연히 그 복잡한 것들을 정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나의 글쓰기 시작이다

028. 나는 시인이 되려고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시인이 되려고 시를 쓴 것도 아니다.

나는 책을 읽음으로써 내게 다가오고 일어나고 쓰러지는
온갖 생각들을 책을 통해 또 밀어내고 쓰러뜨리고 일으켰다.

030.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은 시작되었고, 나는 책을 따라 다니며 글을 썼다.
그 길고도 긴 인생의 길이 책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내 책이 다른 책 속에 섞여 있을 때 나는 신기하다.

내가 처음 글을 써 보려고 했던 기억을
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책을 읽다가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 저 책을 쓴 것이 사람들이지.
그렇다면 나도... 그리고 나는 글을 써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종환
<고두미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사람의마을에 꽃이진다>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산문집 -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마지막 한 번을 용서하는 마음>

56. 글을 쓰게 되면 우리의 눈은 대상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간파하는 의미를 간파해 내는 눈을 갖게 된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 하나 하나와 긴밀한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인생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다.

65. 숨어 있고 싶다는 것은 존재의 소멸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글 쓰는 이들 중에는 개인적인 시간,
개인적이 공간속 오래 갇혀 지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곳에서 무언가를 쓰고 또 쓰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끝없이 자기를 알리고 싶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자기 표현이야말로 자기 존재의 확인인 것이다.
부재의 시간속에서 소통을 향한 신호로 끝없이 날리는 일이다.

서정오

075. 작가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넓은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필요하고

사물의 감추어진 모습까지 꿰뚫는 비범한 안목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이 별스러운 겉모습이나 별난 행동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

87. 말과 글에 진심이 담기면 저절로 쉬워진다.

안정효

161. 하루에 두어 권씩,
그렇게 50일 동안 나는 우선 동국문화사와 을유문화사에서 펴낸
세계명작전집부터 읽어 치웠고, 황순원을 비롯한 우리 문학도 닥치는 대로,
책이 눈에 띄기만 하면 읽었다.

그리고 개교를 한지 겨우 2년째 였던 어린 서강대학의 도서관은 교실 두 개의 크기였고,
그곳에 마련해 놓은 장서 또한 빈약해서,

열심히 읽어대다 보니 우리말로 된 창작 및 번역문학 작품은 곧 바닥이 났다.

171. 다른 사람이 모두 아는 정보란 별로 쓸모가 없다.
정보를 암기하는 지식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남들이 아무도 모르는 정보는, 아무리 주변적인 지식이라 할지라도,
쓸모를 찾아내기만 하면 보석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