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근히 화도 났다.
어째서 이 많은 자료들이 여지껏 한번도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까.

그많은 대가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이미 정리되고 번역된 자료만 가지고, 한 말 또 하고,
말만 슬쩍 바꾸는 도돌이표 공부가 어째서 이제껏 용인되었을까

전공으로 나누고, 영역으로 갈라 자기 함몰에 빠져있는 한 학문의 발전은 없다.
무엇보다 다산 선생께 송구하고 무참했다.

* 나는 우리 학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툭 터지고 생산적아고 열린집단이 되였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늘 착각하지만, 권위주의를 버려야 권위가 산다.

17. 2006년 11월 펴낸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서문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는 이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다산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과연 그렇다.

두 분은 내 학문의 스승으요. 인생의 指南이다.

53. 다산 정약용은 1801년 강진에 귀양와서 1818년 여유당으로 돌아 갔다.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시기였다.

개인에게는 불행이였지만, 조선의 학문을 위해서는 축복의 시간이였다.

강진에서 다산은 훗날 茶山學團 으로 일컬어 지는 제자들을 양성하고,

5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함께 완성하였다.
학문의 불모지였던 강진에 경이의 눈길이 쏠렸다.

54. 자신의 강진 생활을 이렇게 술회했다.

'내가 가경 신유년 1801 겨울에 강진으로 귀양 와서 동문 밖 술집에 붙여 살았다.
을축년 1805 겨울에는 보은산방에서 지넸다.

병인년 1806 가을에는 이학래의 집에 이사해서 살았고,
무진년 1808 봄에 다산에서 살게 되였다.

따져보니 귀양살이가 도합 18년인데,
읍내에서 산것이 8년이고, 다산에 산 것이 11년이다.

61. 다산은 강진 체류기간 동안 거처를 네 차례 옮겼다.
제자 그룹도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시의재 시절 읍내 제자 그룹이다.황상과 이청 등이 그들이다.
둘째는 해남 윤씨가 중심이 된 다산초당 제자 그룹이다. 18제자의 이름이 남아 있다.
셋째는 대둔사와 백련사 승려로 구성된 전등 제자 그룹이다.

이 그룹은 그간 자료의 부족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잇단 자료의 공개로 대체의 윤각이 그려지게 되였다.

61.다산의 교학 방식은 모두 여섯 단게로 구분했다.
단계별 교육, 전공별 교육, &#47583;춤형 교육, 실전형 교육,
토론형 교육, 집체형 교육이 그것이다.

63. 다산은 대립 또는 유사 개념어를 짝 지워 가르쳐야 개념이 형성되고,
지식이 병렬적으로 파생되는 이중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모든 한자를 形. 情. 事의 세 종류로 구분해서 갈래화 했다.
형은 명사, 정은 형용사, 사는 동사이다.

낱개의 글자를 가르치지 말고 엮어서 가르치되,
글자의 성질에 따라 계통적으로 배우라는 것이다.

다산의 다른 글에서도 <천자문>을 가르치느니 차라리 서거정의 <類合>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하여 계통적 지식 습득을 거듭 강조 한 바 있다.

64. 학습 순서상 선경후사의 단계를 강조했다.
경전을 먼저 배워 중심을 세운 뒤에 역사를 익혀 적용을 배우라는 것이다.

다산이 <이인영에게 주는 말> 에서 말한
"사서로 나의 몸을 체우고 육경으로 나의 지식을 넓힌 뒤,

여러가지 역사서로 고금의 변천에 달통하는 "순서가 그것이다" 경전 공부로 바탕을 다지고,
역사공부로 흥망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기양아> 에서도
"반드시 먼저 경악으로 기초를 세운 뒤에 앞 시대의 역사를 섭렵해서,
득실과 治亂의 근원을 알아야 한다." 고 반복 강조했다.

정수칠에게 준 글에서는 좀 더 구체적 단계를 설정했다.

앞서 말한 <예기> 몇 편을 읽엇으면 마땅히 <시경> 국풍과 <논어> 를 읽어야 한다.
그 다음엔 <대학> 과 <중용> 을 읽어라 또 그 다음앤 <맹자> 와 <예기>, <좌전> 등을 읽고,
그 다음에 <시경> 雅頌과 <주역>의 繫辭를 읽어라.

그 다음에<상서>를 일기를 마치면<사기> 와 <한서>를 일고,
그제서야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가져다가 두번 세번 찬찬히 읽어 볼 수 있다.
혹 주자의 <통감강목>으로 읽어도 좋다.

65. 경전 학습도 차례가 있다..修己에 해당하는 것이 먼저이고, 治人은 그 다음이다.
학문에는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이 있다.

경전 공부는 수기의 위기지학이다. 안으로 수렴하는 공부다.
그제야 이를 미루어 확장하는 위인지학으로 나아간다.

역사와 경세제민의 공부가 그것이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않된다.

추사는 같은 의미에서 輕輕緯史 란 글씨를 남겼다.

66. 글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科文 가장 어렵고, 吏文이 그 다음이다. 古文은 쉽다.

고문의 길을 통해 들어가는 사람은 이문이니 과문은 따로 애쓰지 않아도 파죽지세와 같다.
과문을 통해 들어가는 사람은 벼슬하여 관리가 되어도 공문서 작성에 모두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서문이나 記文, 혹은 碑銘의 글을 지어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몇 글자 쓰지 않아서 이미 추하고 졸렬한 형상이 다 드러나 버린다.

이로 볼때 과문이 정말 어려운 것은 아니다.하는 방법이 잘못 되였을 뿐이다.

66. 다산은 제자를 가르칠때 단계별 학습을 대단히 중시했다.

글자를 익힐때는 촉류방통의 밥업으로 계열화된 정보를 습득하고,
글을 읽는 것은 선경후사로 수기를 앞세워 치인의 단계로 나갈 것을 주문 했다.

글을 지을 때에는 과문보다 고문을 우선했다.
공부도 무턱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례와 절차가 필요하다.

이 단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문심해두가 열린다.
공부는 식견을 얻으려 하는 것인데, 단계를 놓치면 식견은 생겨나지 않는다.

머리속에 어떤 체계가 가동되지 않으면 배워 봤자 아무 소용없다.

남 보기에 더 에돌아가는 듯싶고, 무모한듯 보여도 제대로 된 단계를 밟아 계통을 따라갈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73. 다산은 공부는 둔한 것보다 예리한 것이 문제고,
꼭 막힌 것보다 툭 터진 것이 문제며,

어근버근한 것보다 민첩한 것이 문제라며,
마음을 다잡아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히 하면 큰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권면했다.

공부는 바로 너 같은 둔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이것이 황상의 일생을 바꿔놓은 유명한 <삼근계> 다.
황상의 질박한 성품을 간파해서 그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어 준것이다.

75. 초의는 특히나 아끼던 제자였다.
그는 영민했지만, 동작이 굼떴다. 스승은 따끔이 한마디 한다.

"인간 세상은 몹시도 바쁜데,너는 늘 동작이 느리고 무겁다.
그래서 1년 내내 書史의 사이에 있더라도 거둘 보람이 매우 적다.

이제 내가 네게 <논어> 를 가르쳐 주겠다.
너는 지금부터 시작하되, 마치 임금의 엄한 분부를 받들듯 날을 아껴 督責하도록하라,

마치 장수가 뒤에서 있고, 깃발은 앞에서 내몰아 황급한 것처럼 해야 한다.
호랑이나 이무기가 핍박하는 듯이 해서 한순간도 감히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79. 실전형 교육은 평소 초서를 통해 바탕공부를 다진 후,
구체적 작업 메뉴얼을 제시해 실전 연습을 시키는 교학방법이다.

먼저 초서를 살펴보자
다산은 제자들에게 오늘날 카드 작업이나 초록에 해당하는 초서 공부를 특별히 강조했다.
정보를 장악하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믿었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초서의 방법은 내 학문이 먼저 주장하는 바가 있은 뒤라야 저울질이 내 마음에 있어,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고 했다.

초서는 필요한 자료를 발췌하거나 초록하며 일정한 안목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훈련과정이었다

한번은 아들이 품이 많이 드는 초서의 효과를 의심해서 꼭 해야 하느냐는 편지를 보내 왔다.

"학문의 요령을 전에도 말했거늘, 네가 필시 잊은 게로구나
그렇치 않고서야 어찌 초서의 효과를 의심하여 이 같은 질문을 한단 말인가. "

무릇 한권의 책을 얻드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치 않는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초서의 구체적 방법과 새부 지침에 관한 언급은 <다산시문집>에 여러차례 나온다.

70. 모두 평소의 메모벽과 초서 작업의 결과라는 점에서
다산이 제자 교학에서 매우 중시한 방법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제자 항상은 70년 넘겨서도 초서를 쉬지 않았다.

곁에서 만류하며 비웃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20년간 귀양살이 하시면서 날마다
筆硯으로 일을 삼아 복사뼈에 세번이나 구멍이 났습니다.

제게 삼근이란 글자로 가르침을 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 해서 이를 얻었다."
몸으로 가르치고 입으로 전해주신 것이가깝기가 어제 같아 눈에 선하고 귀에 쟁쟁합니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핍절한 가르침을 저 버릴 수 있겠습니까.

또 내가 백년간 업으로 삼을 바가 이것을 버리고 무엇이 있겠습니까.
강진 재자들에게 초서의 주요성을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지 잘 보여 주는 일화다.

84. 다산은 무슨 작업을 하더라도 먼저 작업의 핵심 가치를 설정하여 목표를 정한 뒤,
목차와 범례를 확정해서 작업의 전 과정을 장악한 뒤에 작업에 착수했다.

85. 다산은 유배 시정 주막집 노파와도 문답으로 토론했다.
질문을 던져 답변을 유도하거나, 상호 토론을 이끌어 논리적 사고와 문제의식을 심화시켰다.

88. 봄 안개가 잠깐 사이에 가을 바람으로 바뀌듯 덧없다.

89.<논어고금주> 40권 같은 작업은 다산이 끊임없이
질문하면 제자들이 근거를 찾아 대답하고,

그 과정에서 의문이 절로 해소되어 한 단락의 정리를 마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공부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졌지 일방적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제자들은 문제 재기와 해결능력을 갗추었다.
방법론의 설득이 아니라 공부의 요령을 터득하고,

주체 역량을 강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90. 공이 20년 가까이 고독하고 우울하게 지낼 때
다산초당에서 연구와 저술에 마음을 쏟아 여름 더위에도 쉬지 않았고,
겨울 밤에는 닭우는 소리를 들었다.

제자 중에 경서와 사서를 부지런히 열람하고 살펴 보는 사람이 두 명,
손을 바꿔가며 수정한 원고를 정서하는 자가 두 세명,

옆에서 거들어 줄을 치거나 교정.대조하거나 책을 매는 작업을 하는 자가 서너명이었다.

무릇 책 한권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저술한 책의 자료를 수집하여
서로서로 대비하고 이것저것 찾고 찾아
마치 빗질하듯 정밀을 기했던 것이다.

<시경> <서경> 에 관한 책을 저술할 때에는 먼저 <시경> < 서경>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춘추>를 고징 할때에는 먼저 <춘추>에 관한 자료들을 모았다.

그러므로 저술한 책의 경지는 구름을 헤치고 햇빛을 보는 것 같지 않은 것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희미하고 흐린 기운을 띤 것이 없었다.

94. 제비와 기러기처럼 서로 어긋나니

95. 다산 학단에서 학문적으로 가장 크게 인정받은 이는 이청이다.
다산의 많은 저작속에는 이청의 솜씨가 담겨 있다..

그는 유배 초기부터 지근거리에서 스승을 보필하며 학문 역량을 쌓아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정관편>은 천문학에 관한 전문 저작으로

그의 학문적 스펙트럼이 넓고 깊었음을 잘 보여 준다.
하지만 이청은 어려서부터 출세에 대한 집착이컸다.

해배 이후 거처를 아예 서울로 옮긴 뒤로 스승 다산과도 점차 멀어졌다.
앞뒤의 자세한 정황은 가늠키 어려우나,

황성이 남긴 편지와 그밖의 글로 보아
그는 70세까지 과거에 응시하다 좌절하자
우물에 뛰어 들어 자결함으로서 세상을 마친것으로 보인다.

146. 배우는 사람은 반듯이 慧 와 勤 과 寂 세가지를 갗추어야만 성취함이 있다.
지헤롭지 아니하면 굳센 것을 뚫지 못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을 쌓을 수가 없다.
고요하지 않으면 온전히 정밀하지 못한다.

이 세가지가 학문하는 요체다.

146. <주역> 에서는 "아름다운 바탕을 간직하아여 곧게 하되 때에 맞춰 발휘한다. "했다.
산사람이 꽃심는 일을 하다가
매전 꽃봉우리가 처음 맺힌 것을 보면은 안으로 머금어 기르면서 아주 비밀스레 단단히 봉하고 있다.

이를 일러 함장. 즉 아름다운 바탕을 간직한다고 한다.

식견이 얕고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 겨우 몇 구절의 새로운 뜻을 익히고는
문득 말로 펼치려 드는 것은 어찌된 것인가?

꽃 봉우리는 안으로 꽉 차서 더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좀체 단단히 여민 제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침내 봉우리가 벙그러지면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아름다운 자질이 화려하게 피어 난다.

공부는 이런 온축의 과정이다.
얕은 식견으로 겸솔하게 뽐내려 들면 천박한 바탕이 그대로 드러나 남의 손가락질만 받고 만다.

147. 시에 능한 사람은 시로 나를 피곤하게 하고,그림에 능한 사람은 그림으로 나를 괴롭힌다.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나를 괴롭히고, 쌀 있는 사람은 쌀로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로 본다면 벙어리 거지 선비가 가장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154. 내가 평생 독서하려는 소원이 있었다.
때문에 귀향을 오게 되자 비호서 크게 힘을 쏟앗다. 쓸데가 있다고 여겨 그런 것이 아니였다.

승려들은 매번 글을 지어봤자. 쓸데가 없다고 하면서,
게으르고 산만한 곳에 몸을 내 맡기니 자포자기함이 이보다 심한 것도 없다.

독서하기 편한 것은 비구만 한 것이 없다.
절대로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지 말고 힘을 &#51922;아 나아가야 한다.

법신이란 유가에서 말하는 大體다.
色身은 유가의 小體에 해당한다.
道心은 불가에서 말하는 眞如 이고
人心은 불가에서는 無名이라 한다.
尊德性을 너희는 定으로 여기고,導問學을 너희는 慧라고 한다.

피차가 서로 합당하나 섞어 쓰지는 못한다.
다만 근래 불가에 巫風이 크게 일어나니 이것은 참 고약하다.

154. 유교와 불교의 차이를 독서 방식의 차이로 설명했다.
다산은 불교가 주체를 세우기도 전에 화두로 의심을 이르켜 주체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마침내 허무적멸로 돌아 갈 쭌임을 비판했다.

이에 반해 유교의 독서는 먼저 修己공부로 주체를 세워
아무 의심이 없게 한 뒤에 비로서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을 밀어 붙여 석연하게 의심을 풀어버리는 공부라고 보았다.

158. 굴속 개미는 1년 내내 돌아 다녀야 10리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제 사는 굴에 마음이 매여 있기 때문이다.

선비가 되어 사는 곳을 그리워하는 것은 공자께서도 오히려 옳지 않게 여겨 셨다.

그러니 승려로서 거처를 마음에 품는 것은 더더욱 우스운 일이 아니겠느냐?
사방을 구름처럼 노닐면서 나라 안의 이름난 산을 두루 다 보고,

나라안 이름난 선비를 좌 알아,

맵고 쓴 맛을 보면서 바람에 빗질하고 비로 머리 감는다.
만년에 찬 바위 아래 초가집 하나 얻어,

죽이나 먹는 승려로 문 닫아 걸고 글을 저술한다면 후세에 전해 질것이 틀림 없다.
이같이 한다면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말할 만 하다.

159. 농사군 자식을 붙들어 와서 하루아침에 그 머리털을 깍고 그 팔뚝에 연비를 뜨고
부처님전에 무릎 꿇여 계율을 듣게 하고 예를 마치고 나와도, 변함없이 망칙스런 텁석부리다.

이에 가사입혀 <수능엄경> < 금강경> <반야심경>을 가르쳐 제멋대로 시끄럽게 眞 이니 忘이니 하고,
空이니 色이니 하며, 相 이 어떻고 識이 어떻고 한다.

광대함을 지극히 하고 정미함을 다하면서도 옳고 그름은 다지지 않으니
이러고서야 깨달음이 있겠는가.

이는 다만 제 몸뚱이를 이롭게 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인생 백년은 몹시 빨리 지나간다.

뉘라서 이를 즐겨 하겠는가.
질곡에 얽매여서 눈을 내려깔고 손을 내려 마치 며느리가 엄한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모여서 가르치며 모두 그만그만한 생활을 하는 짓은 결단코 해서는 안 된다.

대장부는 물병하나와 바릿대 하나로 호탕하게 떠다니며
우주 안에서 소요하고 만물의 밖에서 노닐어,

문 틈 사이로 자나가버리는 세월을 보내야 한다.

눈앞에 닥친 강사의 작록이야 어찌 족히 사모하겠는가.?
스스로의 미혹함도 깨치지 못하면서 하물며 남의 미혹함이야 무엇 하리오.

160. 황효수와 녹효수 사이에 울창한 산이 허공에 솟았으니,
이것이 용문이다. 용문의 북쪽에 만학천봉이 소의 처녑같다.

그 감돌아 가은 것이 주밀하여
마치 무릉도원처럼 들어 갈수 없는 것을 두고 미원 옛 고을 이라 한다.

옛 고을에 산이 있는데, 빼어난 빛이 허공에 서렸으니 이것이 소설봉이다.
소설봉은 태고 보우 화상이 일직이 숨어 살던 곳이다.

옛날에는 절집이 있었지만, 지금은 퇴락하였다.

초의 거사는 마땅이 수리하여 이엉을 얹고 정갈한 가람 한 구역을 만들어 길이 마칠진저.
소설암에서 시내를 따라 몇 리쯤 내려오면 녹효수와 만난다.

작은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20여리 내려오면 두물줄기가 서로 합치는 곳에 이른다.
이곳이 바로 유산별서다.

그 사이의 물빛과 산 빛, 삼각주와 모래톱의 자태는 모두 뼈에 저밀듯 해 맑아,
깨끗함이 눈길을 빼앗는다.

매년 3월 복사꽃아 활짝피면 강물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면서
이 말고 한가로운 경계에서 노니니. 이 또한 인간 세상의 지극한 즐거움이다.

선남자야. 뜻이 있느는가. 만약 뜻이 있다면 나를 따르라.

다산노초는 쓰노라.
-초의에게 준 편지이다.

초의에 대한 다산의 애정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162. 오랜 소식 끊겨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근자에는 무슨 일을 있느냐.
들읜 동족으로 지리산으로 놀려가서 스승을 구해 講을 마치려 한다더구나.

어떤 이름 난 중이 있어 능히 수백리 밖에 있는
이미 잘 아는 승려를 끌어 당길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세월은 황금과 같고, 학업은 하나도 이룬 것이 없으니,
빠져 즐김이 이러해서는 안 될 성 싶다.
다시 더 생각해보아 후회하지 않도록 해라.

--다산은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초의의 근황을 물었다.

163. 다산은 본격적으로 불가의 비유를 끌고와
초의를 끊임없이 채근하고 닥달하며 깨달음의 길로 이끌었다.

중간 중간 불법의 허망함을 지적하여 유가쪽으로 아끌려는 욕심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개인적인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몇편의 글은 초의에 대한 사랑이 어떻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172. 쇄탈진로 灑脫塵勞 - 진로, 즉 마음속 번뇌를 시원스레 벗어 던지라는 말이다.
천답실지 踐踏實地 - 관념의 허위에 매몰되지 말고, 실천을 옮기는 삶을 우선하라는 요구이다.
초투오관 超透悟關 - 지지부진한 일상을 차고 나와 깨달음의 관문을 透得하라는 뜻이다.

173. 몸이 집이라면 정신은 주인과 같다.
주인이 진실로 어지다면 비록 이마에 부딪히는 집에 살더라도
오히려 남들이 공경하여 아끼게 된다.

주인이 진실로 용렬하다면 고대광실에 산다 해도
사람들이 천히 여겨 업신여기는 바가 된다.

309. 해남 재흥사 천불전에 봉안된 1천불 중 768좌의 부처님은
1817년 일본 나가사키까지 표류했다가 어렵사리 돌아 왔다.

어깨에 日 자가 적힌 부처님이 그것이다.

332. 서울 생활은 관직에 올라 국가의 녹봉을 받는다 해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정상적인 가계운영이 불가능했다.

정약용은 이성화에게 준 글에서
" 서울은 땔감이 귀해서 겨울에는 말똥을 태우고 개 가죽을 입어 난방한다.

그래서 가래 기침이 나서 고질병이 된다.

부인네가 물정을 몰라 서울에 있다 보면 반드시 고리채를 얻어 쓴다.
남자가 몇 년간 벼슬살이에 나가도 1년의 비용을 능히 갚을 수 없다.

벼슬하는 것이 이익이 된지가 오래다." 라고 하여 서울 생활의 어려움을 말햇다.

347. 진기한 과일을 심는 것을 園 이라 하고, 좋은 채소를 기르는 것을 圃 라고 한다.

401. 강진 만덕산 한 자락의 다산 초당은 다산이 18년 귀향생활중 10년 넘게 생활햇던 공간이자,
유배 시절 그 많은 저작이 생산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417. 다산은 1818년 10년간 정들었던 초당을 떠나 한강가의 마재로 돌아간다.
1823년 4월, 여유당으로 스승을 찾아온 제자들에게 준 글에는
초당을 그리는 다산의 마음이 켜켜이 묻어 있다.


다산은 자신을 찾아은 제자들에게
동암의 띠를 새로 얹었는지, 홍도화가 시들지는 않았는지,
우물가에 쌓은 돌은 무너지지 않았는지

시시콜콜이 묻는다. 연못 잉어의 크기와 백련사 가는 길가의 동백의 안부까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끝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초당을 잘 보존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였다.

458. 천하에는 두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의 저울이다.
이 두가지 큰 저울에서 네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으뜸이다.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466. 내게 없는 물건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저것" 이라 한다.
내게 있는 것을 깨달아 굽어 보며 "이것" 이라 한다.

"이거"은 내가 내 몸에 이미 지닌 것이다.
하지만 보통 내가 지닌 것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람의 뜻은 성에 찰만한 것만 사모하는 지라
건너다 보며 "저것" 이라고 한다.

이는 천하에 공통된 근심이다.
지구는 둥글고 사방 땅 덩어리는 평평하다.
천하에 내가 앉은 곳보다 높은 곳이 없다.

그런데도 백성은 자꾸만 곤륜산을 오르고 형산과 곽산을 오르면서 높은것을 구한다.

가벼린 것은 좇을 수 없고,
장차 올 것은 기약하지 못한다.

천하에 지금 눈앞의 처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하지만 백성은 오히려 높은 집과 큰 수레에 목말라 하고

논밭에 애태우며 즐거움을 찾는다.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죽을 때까지
미혹을 못 떨치고 오로지 "저것" 만을 바란다 .

"이것" 이 누릴 만한 것임을 잊은지가 오래 되었다.

467.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만하면 넉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부자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성에 차지 않아 부족하게 여긴다면 그는 부자가 아니다.

이 가파른 욕망 때문에 자손들간에 분란이 나고,
재벌 총수가 자살을 하는 소동이 일어 난다.

그러니까. 진정한 부자의 길은 바깥을 향한 욕망을 잠재우고
내 안에 풍요를 깃들이는 데서 성취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욕망이 잠들지 않으면 나는 가난하다.

비록 가난해도 넉넉함이 깃들면 나는 부자다.
그러므로 부자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 재물의 다과에 달린 것은 아니다.

그러면 가난해도 넉넉하면 그 뿐인가.
무책임하다. 배에 꼬르륵 소리가 나고,

처자의 낯빛이 주린 기색이 떠나지 않는데 무슨 넉넉함이 있겠는가.

최소한의 살 도리를 마련하는 것은 사람의 체모와 관계되는 일이다.

다산은 이 최소한의 살 도리에 관한 지침을 많이 남겼다.
다산은 토지릉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까지 극언을 했다.

자식에게 토지 문서, 집문서를 물러 주고 나서 평생 먹고살 밑천을 마련해 주었다고
마음 놓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물려준 재산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고, 재산이 많을 수록 탕진하는 속도도 빠르다.

473. 큰 돈을 아끼면 큰 이익을 꾀 할 수 없고,
작은 것을 우습게 알면 헛된 낭비를 줄인다.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지기 쉽고, 형체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렵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쓰는 것은 형태를 쓰는 것이다.

형체를 형체로 누리면 다 닳아 없어기에 이르나,
형체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배품만 한 것이 없다.

485. 다산은 초당 생활중에 얻은 소실에게서 弘任 이란 딸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