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주역>은 물론 점치는 책입니다.
점쳤던 결과를 기록해둔 책이라 해도 좋습니다.

주역 점을 처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나는 점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점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람을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면 된다" 는 부류의 의기 방자한 사람에 비하면
훨씬 좋은 사람이지요.

"나 자신을 아는 사람" 은 못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은 강한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약한 사람으로 느끼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장석주
<일상의인문학> < 소설-장석주의 소성 창작 특강> <풍경의탄생> <돌뢰즈,카프카,김훈>
<느림과비움의미학> <마흔의서재> <철학자의사물들>

16. 대개의 작가들은 작가가 되려는 의식이 생기기 전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 읽는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책을 읽는다.

그들 내면에 잠제된 "책을 읽고 싶다" 라는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그들은 책 읽기를 통헤 본능으로써의 지식욕을 채운다.

작가가 되려고 많은 책을 섭렵한 것이 아니라
많은 책을 섭렵했기 때문에 작가가 된 것이다.

18. 김현은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독서광으로,
텍스트 사이에 흐르는 전후 맥락을 살피고 따져보며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뛰어 다니는
독서법으로 유명한 평론가였다,

후학인 문학평론가 홍정선은 이를 가르켜 맥락의 독서법이라 명명했다.

19.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20. 책을 읽으려는 욕망과 글을 쓰려는 욕망은 하나이다.
그 욕망이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길과 자신을 구원하는 길로 이끌어 준다.

작가란 그 욕망을 살아내면서 그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인 것이다.

22.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튼,
단어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펴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23. 책을 읽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책을 발명해 낸 것은 길게 잡아도 3천년 안밖이다.
'책이 인류의 지적 능력을 축척하는 수단이 된 것은 불과 6백년 남짓이다.

중세때까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문맹이었다.
당시에는 문자를 읽지 못하는 게 그다지 흠도 아니었을 뿐더러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불편함도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굳이 책을 읽을 필요성이 없었다,
중세 이후 문자를 해독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인쇄, 제지, 안경 따위와 같은

독서의 물질적 기반이 완성 되면서 비로서 독서가 인류의 보편적 능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와 함께 문명의 폭발적인 발달과 도약이 이루어졌다.

책을 통한 지식의 보급과 독서의 대중화는 이후로 인류의 지적 능력을 끌어 올리며
민주주의와 산업화라는 생활과 제도를 바꾸는 혁명을 낳았다.

27. 더러는 한 권의 책이 진로를 결정하기도 한다.
내게는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 의 <꿈꿀권리> 가 그런 책이다.

33. 바슐라르
- 그는 위대한 예술가란 "일의 운명" 을 참다운 운명으로 받아드린 사람이라는 걸 명민하게 드러내 보인다.
예술가란 빈둥거리다가 벼락같이 영감이 올 때만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다.

예술가란 하루도 쉬지 않고 "인내와 열광의 불가사의한 피륙" 을 빈틈없이 직조해내는 사람이다.
예술가는 (작가)는 날마다 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날마다 짜는 불가사의 한 피륙이란 다름 아닌 그의 창조적 운명이다.

참다운 불 아궁이를 발견한 이상 그가 지피는 불의 아궁이에서 불 - 상상력. 시 -의
꺼지는 일이란 결코 없어야 한다.

즉 쉬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고 깨우치다 보면, 어느덧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애기이다.

35.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인 오르한 파묵 (1952- ) <새로운 인생>
- 나는 밤마다 새벽까지 책을 읽는다.

눈이 아파오고 온 힘이 빠질 때까지,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책이 내 얼굴로 뿜어내는 빛이 너무나 강렬하고 현란해서,

나의 영혼과 책상앞에 앉아 있는 몸이 녹아 없어지고,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모든 것이 책이 뿜어 내는 빛과 함께 없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때면, 나는 그 빛이 나를 삼키면서 점점 팽창해가는 것을 상상했다.

37. ---작가란 쓰는 자이기 이전에 먼저 읽는 자라는 사실을 뼈속까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감각을 벼리고,
개성을 풍성하게 일구며, 단단한 감성의 근육을 만들지 못한다면,

작가가 되는 길은 한없이 멀어 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위대한 작가들의 책을 읽음으로서
그 속에서 마음과 정신을 키 울 수 있었다.

그들은 책을 읽는 것은 작가로 조련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54. 폴 오스터
- 글을 쓰는 것은 즐겁지 않다.
괴롭고 고단하며 매 순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좌절을 느낀다
.
그러므로 만족이나 승리의 기쁨을 맛 볼 수가 없다.
문제는 글을 쓰지 않을 때가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이 낙오자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54. 바위처럼 무거운 가난과 고독, 잦은 실패, 글쓰기의 괴로움, 재능에 대한 의심,
불안정한 미래는 작가의 길로 들어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애기이다.

하지만 글 쓰기는 마치 마약과 같아서 한 발 들어 서게 되면 발을 빼기는 불가능하다.
그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꾸역꾸역 나아가 기어코 작품을 써낸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자신이 진로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67.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100가지 이유를 대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변명하지 않는다.
오직 묵묵히 쓸 뿐이다.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모던 것을 글을 통해서 말하라

그리고 학습과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
많은 사람이 이 과정에서 학습과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탈락하지만
그것은 재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열정과 의지가 부족한 탓이다.

끊임없는 훈련과 불굴의 의지없이 작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는 천부적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의지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다.
타고난 작가는 없다.
재능은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69.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익숙한 것으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스쳐 지나고 마는 익숙함의 세계를 낯설음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면 많은 것들이 새롭게 드러난다.

70. 글을 못쓰는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편향이나 왜곡없이 더 많이 사랑하라|
세상을 향한 예정이 충만할수록 글도 거침없이 쓸 수 있다.

80. 처음으로 떠오른 무의식적인 착상에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에너지가 들어 있다.
그 에너지를 글쓰기의 동력으로 자연스럽게 바꾸어야 한다.

글을 처음쓰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의 돌연한 분출에 놀랄 수도 있다.
그것이 매우 낯선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시도 글쓰는 손을 멈추지 마라
글을 쓰는 손을 멈추는 순간 글쓰기를 향해 흘러가던 에너지까지 멈출 수 있다.

20여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키면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글쓰기에 막 입문한 사람은 쓰면서도 계속 멈칫거리고, 중도에 쉽게 포기한다.
그들은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 "내가 제대로 쓰는가." 라고 자문한다.

그러다 온갖 회의와 자기 불신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상실한다.

자신을 믿어라
자기 내면에 울려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계속 적어 나가라.
글이 형편없고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 조차 계속해서 써나가라.

멈추지 않고 계속 써나가기, 이게 백지의 공포를 넘어서는 방법이다.

102. 문장은 간결할 수록 좋다.
거기에 '힘'을 불어 넣으면 문장에 생기가 돈다.

그런 문장을 만드는 힘은 진실에서 나온다.
진실은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감화하게 만든다.

내면에서 들리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글쓰기, 글쓰기의 힘은 그 진실성에 숨어 있다.

112. 내게 글을 쓰는 이유를 묻지 마라
그것은 강물에게 왜 흐르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나는 쓴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

133. 쓰다 보면 안다.
무엇이 부족한가를, 부족한 것을 알면 그걸 채우면 된다.
그러니 써야 한다.

백마디 말을 해봤자 쓰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다.
백날을 생각해봤자 기록하지 않으면 남는게 없다.

쓴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쓰고 나면 기필코 보완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인다.

133. 역경
- 평이하고 간단해야 천하의 이치를 얻을 수 있다.

154. 1,000 걸음 나아가다 999 걸음 물러 나는 것, 그것이 바로 전진이다.
"글쓰기에서 전진" 이란 그런 것이다.

213. 헤밍웨이
- 명성을 얻은 작가는 태어날때부터 지식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다른 사람들 보다 같은 시간에 좀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도록 강요 받지 않으며,
자신에게 제시된 이미 검증된 지식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233. 하루끼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죽음과 친구의 죽음을 겪어야만 했다.
-- 이러한 죽음은 하루키의 내면에 새겨진 원체험이다.

그래서 그의 의식 속에는 죽음의 냄새가 강력하게 각인되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

238. 우선 오전 4시 전후에 일어나 신선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신 후
곧 바로 책상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오전 10시까지 일한 후 10 킬로를 달린다.
수영을 하거나 낮잠을 잠깐 잔 뒤 산책이나 번역작업을 취미삼아 하고,

중고 음반 가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책을 읽다가 밤 10시경에 잠자리에 든다.

250. 피천득
- 그의 문장은 단백하고 간결하며,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명료하다.
추상과 현학없이 항상 핵심을 직격한다.

이러한 피천득의 문장은 수필을 쓰는 사람들에게 문장중의 문장,
즉 문장의 긍극으로 통한다.

닮고자 하는 문장의 모범이요. 배워 익히고자 하는 문장의 표본이다.

그는 일생에 세권의 책을 썼는데.
1947 - <서정시집>
1960 - <금아시문선>
1969 - <산호와 진주>

276. 한 인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 것인가.
책은 지식의 창고, 언제나 마법의 도구-사물이다.

책은 인생과 세계의 융합이고 그 경험들의 결과 기억들을 재현하고 보여준다.
책은 저마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기억이다.

궁극적으로 책은 기억의 총량을 늘리고 삶을 확장한다.
책은 망각의 바다에서 조난당한 인류를 구원하는 구명보트와 같다.

인류는 책을 통해 기억의 연결을 유지해 왔다.